삶의 변화 시작돼

보완대체 의사소통

김갑재 기자 | 기사입력 2020/01/10 [15:45]

삶의 변화 시작돼

보완대체 의사소통

김갑재 기자 | 입력 : 2020/01/10 [15:45]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부모회(이하 중애모)는 6일 일본 군마대학교 특수교육학과 학생 20여명을 초청해 세미나를 가졌다.

 

중애모는 여의도 소재 이룸센터에서 ‘중증중복 뇌병변장애인의 교육과 복지를 위한 한ㆍ일 교류’를 주제로 AAC 성공적 중재 사례와 AAC 부모교육 및 자조모임 사례 등을 발표했다.

 

AAC란 보완대체의사소통(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이며 독립적으로 말이나 글을 사용해 언어를 표현하는 것에 한계가 있는 경우 상징이나 보조도구(AAC 어플리케이션이 설치된 전자기기 등)를 이용해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이다.

 

◇ AAC를 이용한 의사표현 후 찾아온 삶의 변화 

 

첫 순서로는 우진학교 전공과 1학년 이충현 학생이 직접 발표에 나섰다. 이충현 학생은 사지마비 와상장애와 언어장애, 지적장애, 시각장애를 동반한 중복발달 뇌병변 장애를 가졌다. 수용 언어는 가능하지만 표현 언어에 어려움이 있어 AAC를 이용해 발표를 진행했다. 휠체어에 연결된 책상 위 AAC 버튼이 있었고 스스로 버튼을 눌러 전자음성을 재생했다. 발표 주제는 ‘나의 AAC’로 지금까지 받은 AAC 관련 중재 및 훈련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충현 학생은 “한글을 배울 때부터 낱말이나 문장을 눈짓, 손짓을 통해 선택하는 훈련을 했다. 눈으로는 쳐다보며 선택(안구 이동을 활용한 클릭)할 수 있었지만 손을 사용할 때는 강직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졌다”며 “슈퍼토커, 빅키보드, 손보조기 등 자발적 표현방법을 훈련했지만 내 의도를 표현하기 어려웠고 강직 때문에 오류도 많았다”며 AAC를 배우게 된 계기를 말했다.

 

이어 “학교에서는 선생님의 AAC 중재를 받을 수 있었다. 스위치, 안구마우스, 헤드마우스, 다중스위치 등에 대해 배웠다. 현재는 헤드마우스로 터치모니터에 나오는 선택지를 골라 의사소통 한다”며 “집에서는 손에 터치펜을 묶어 테블릿PC를 통해 선택한다. 앉아서 터치하는 것보다 누워서 선택하는 것이 정확도가 더 높다”고 설명했다.

 

이충현 학생의 발표를 들은 군마대학교 특수교육과 임용재 교수는 “보통 누워서 팔을 움직이면 근기능이 훨씬 약해져 불편함을 느낀다. 충현 학생처럼 누워 있을 때 정확도가 높은 것은 예외이며 다양한 시도 끝에 이를 발견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며 “꼭 손가락을 이용해 선택해야한다는 선입견을 넘어야하고, 앞으로는 학교 내에서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통해 학생의 최선을 교사가 찾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충현 학생은 AAC를 이용해 사람과 대화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AI 스피커 ‘클로버’도 사용한다.

 

‘하이 클로버’ 음성 버튼을 눌러 AI 스피커를 가동시킨 후 ‘제이레빗의 간식송 틀어줘’, ‘악동뮤지션의 라면인건가 틀어줘’ 등 명령 음성 버튼을 통해 자신이 듣고 싶은 노래를 재생한다. 그러나 AI 스피커인 클로버는 가동 후 4초 이내 명령하지 않으면 꺼지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명령 버튼을 선택하려는 도중 스피커가 꺼지면 다시 클로버를 불러야하는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끝으로 “나의 변화는 어떤 일을 할때마다 엄마가 나에게 물어보고 내가 답하기를 할 때부터 시작됐다. 대화는 재미있고 하고싶은 것, 요구하는 것이 많아졌다. 나중엔 내가 직접 글을 써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꿈”이라며 발표를 마쳤다.

 

◇ 뇌병변학생의 AAC 사용, 사회 전체가 함께해야  

 

중애모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AAC 부모교육 및 자조모임을 열고 있다. 3개 권역으로 나눠 실시하고 있으며 정진학교는 그중 성공사례로 꼽힌다고 밝혔다.

 

조지연 부대표는 “자녀와의 언어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AAC는 가정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부모교육을 열었다. 장애아동의 개별평가와 부모 상담, 개별적 전략, 전문가 피드백 등으로 모임 내용을 구성한다”며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이어 “정진학교는 12명 아이의 학부모가 참여했다. 각 아이들은 장애특성, 가정환경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주양육자가 아이의 의사소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매우 중요했다”며 “AAC를 배우고 직접 의사소통판을 만들어보며 우리는 지금까지 읽어내지 못했던 아이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중증중복장애 아이는 하루를 버텨내는 것도 힘들기 때문에 아이의 의견은 쉽게 외면되고 인격이 무시되는 결과에 시달려왔다.그러나 AAC는 마치 판도라 상자와 같다. 그동안 배제됐던 아이들의 마음을 하나하나 이해하면서 아이와 함께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자조모임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또 “AAC는 전문가와 당사자들만 주고받는 대화가 아니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대중교통에서, 편의점에서, 우리 사회 곳곳에서 함께 쓰일 수 있다. 비록 우리 아이들이 눈짓, 손짓, 발짓, 어눌한 목소리로 소통하지만 이 아이들의 언어를 이해하고 함께 행동해야만 아무도 배제되지 않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장애인 당사자 만이 장애를 극복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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