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 정책의 현주소와 보완점

자립생활과 지역사회 정착

탈시설 정책을 위한 입법과 그 시행과정에서 장애인 당사자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병화 기자 | 기사입력 2023/08/17 [17:10]

탈시설 정책의 현주소와 보완점

자립생활과 지역사회 정착

탈시설 정책을 위한 입법과 그 시행과정에서 장애인 당사자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병화 기자 | 입력 : 2023/08/17 [17:10]

장애인 거주시설은 여러가지 사정으로 장애인이 그가 속한 가정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형편일 때 장애인에게 거주장소를 제공하고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여러 장애인거주시설을 만든 것은 과거 산업혁명 시기에 생산활동에 종사할 수 없는 노동력은 격리시키고 그 밖의 노동력을 최대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노동력이 없고 거기에 보호인력이 더 필요한 장애인을 분리함으로써 모든 노동력을 생산활동에 집중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정애인을 사회와 단절시키기 위해 거주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대형시설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20세기 중반에 들어서면서 장애인 수용시설은 수용인원에 대한 인권침래, 폐쇄적인 운용, 운영상의 비리 등으로 인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거주시설은 1950년 대 발생한 전쟁고아를 수용한 시설에서 비롯되었는데 1970년 대에 이르러 전쟁고아 수용시설이 장애인을 수용하는 시설로 바뀌었다. 당시의 장애인 수용시설은 거의 대부분이 대형시설이었다.

 

 

정상화 이념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장애인은 사회적 어려움을 만들어내는 원인으로 간주되었다. 장애인을 돌보는 사람들에게는 우생학을 가르쳤고 장애인은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장애인은 치료와 보호가 필요하므로 대규모 시설이나 의료기관에 수용함으로써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분리수용은 장애인 스스로 자신의 문제에 자주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을 약화시켰던것이다.

 

1960년 대에 이르러 북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발달장애인의 비정상적인 생활환경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은 장애인도 성장과 발달 과정에서 정상적인 경험이 필요하고 이 생애주기에서의 선택의 자유, 정상적인 이웃과 함께하는 가정에서의 삶, 지역사회와 통합되어 있는 삶을 강조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시설보호를 반대했다.

 

덴마크에서는 이른바 정상화 이념을 공포했는데 이 이념의 핵심은 장애를 지닌 사람은 장애를 지니고 있지 않은 사람과 전혀 다르지 않은 동등한 인간이라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정상화 원리 그 자체는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같은 권리와 의무를 가져야 하는 것 이외의 어떠한 표현도 추가되지 않는다. 정상화란 장애인을 비장애인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지니고 있는 장애를 모두가 함께 포용하는 것을 뜻한다. 그것은 장애인에게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는 것이다. 장애인이 최대한 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장애인 개개인의 욕구에 상응하는 적절한 처우와 교육, 그리고 훈련을 포함해서 비장애인에게 주어지는 것과 동일한 조건을 마련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장애인에게 동일한 조건을 마련해주어야 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주거, , 여가라는 세 가지 조건을 말하는 것이다. 주거의 경우 아동은 성인이 되기까지 부모형제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다. 성인이 되어도 계속 보살핌이 필요한 장애인도 부모를 떠나 자립할 수 있는 조건이 주어져야 한다. 일과 관련해서는 장애인도 일을 준비하는 과정인 교육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일을 하고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여가도 마찬가지이다.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같이 여가시간을 가질 수 있어야 하며 사회에서 시행되고 있는 여가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1980년 스웨덴에서 발표된 정상화 이념의 정의는 인권의 존중과 탈시설을 강조하고 있다. 그들이 주장하는 정상화의 원리는 장애인에게 사회의 통상적인 환경과 삶의 방식에 최대한 근접하는 생활양식과 일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상화 이념의 목표는 첫째, 사생활이 존중받으면서 다양한 활동과 책임이 요구되는 일상의 생활리듬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가정에서 학교를 오갈 수 있고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와 교류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일생을 살아가면서 각 생애주기에 걸맞는 성장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셋째, 장애인의 요구와 자기결정의 표현들이 존중받아야 한다. 넷째, 지역사회에서 이성간의 문제는 물론 모든 관계가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협동하는 관계여야 한다. 다섯째, 비장애인과 같은 경제적인 수준이 보장되어야 한다. 여섯째,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생활환경 수준이 보장되어야 한다. 일곱째 부모의 환경이나 보호직원의 환경이 일반적이고 정상적이어야 한다.

 

북유럽에서 등장한 정상화 이념은 1970년 대에 미국으로 전파되었다. 이 때 미국에서는 정상화 이념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가능한 문화적으로 가치를 부여받을 수 있는 수단을 이용해 최대한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인간의 행동과 특징을 확립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1980년 대에 영국에서 발표된 정상화 이념은 '보통생활'을 강조했는데 '보통생활'이란 장애인도 도심에 있는 보통주택에서 살고 보통사람들과 같은 선택의 기회를 가지며 지역사회 사람들과 평등하게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보통생활'의 개념이 등장한 이후 이 '보통생활'이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의 목표로 설정되었다. '보통생활'의 거주조건은 '보통주택'이다.

 

북유럽에서 처음 제기된 정상화 이념은 세계 각지로 뻗어나갔고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장애인의 삶을 조건을 개선하는데 기여했다. 이 이념은 탈시설화, 지역사회 중심 서비스, 소규모 거주서비스, 지역사회의 보통주거, 지역사회의 통합된 교육, 보건, 취미 등 서비스, 여가중심 평생교육 등 실천적인 서비스의 기반을 구축하는데 기여했다.

 

정상화 이념은 장애인에 대한 서비스의 전달과정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원자와 서비스를 제공받는 장애인의 관계에 있어서의 평등관계 유지 문제이다. 지원자와 장애인의 '불평등관계''평등관계'로 만들어야 한다는 원리이다.

 

 

탈시설과 거주서비스

탈시설이라는 용어는 미국에서 이루어진 조치에서 비롯된 것인데 비인도적인 집단수용 시설이었던 정신병원에 수용된 장애인들을 지역사회로 이동시키는 작업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대형시설에 수용된 장애인에 대한 과도한 억압과 인권침해에 대한 사회적인 반성에서 출발했다. 이러한 사회적 반성에 따라 당시 장애인 수용시설에서는 수용자의 삶의 조건을 개선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시설의 운영비용이 해마다 급격하게 증가함으로 인해 비용부담을 줄이고자 했던 의도도 탈시설을 추진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탈시설과 긴밀한 관련성을 띠고 있는 용어로 '사회적 모델''자립생활 운동'이 있다. '사회적 모델'은 영국에서 1980년 대에 제기되기 시작한 것으로 장애의 책임은 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장애를 발생시킨 사회에 있으며 장애문제의 해결에 있어서도 개인의 노력이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사회가 변화해야 해결이 된다는 주장이다. '자립생활 운동'1980년대 미국에서 제기되기 시작했는데 '사회적 모델과 유사한 것이지만 '지립생활 운동'은 장애인의 구체적인 삶에서 자기결정을 강조한다. '사회적 모델''자립생활 운동'은 우리나라에서 '당사자주의'라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제기되고 있는 장애인의 탈시설 운동은 정신장애인의 탈원화 운동, 지적장애인을 위한 정상화 이념, 신채장애인을 중심으로 제기된 사회적 모델과 자립생활 이념 등이 맀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탈시설을 주장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장애인의 삶의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탈시설 운동은 시설에서 살고 있는 장애인의 삶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시설에서의 삶은 집단수용, 고립, 억압, 개성의 박탈 등을 의미한다.

 

탈시설은 어떻게 가능한가 ?

 

첫째는 시설에서 사는 장애인 한사람 한사람이 시설에서 퇴소해 시설이 아닌 곳으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 두번째로는 시설의 공간을 변화시키는 방안이 있다. 거주시설에 개별적 삶의 공간을 마련해 주고 지역사회와의 통합, 자기결정의 원칙과 개개인의 개성이 존중된다면 정상화 개념이 실현될 수 있다. 장애인이 벗어나야 할 시설은 지역사회와 격리되어 있는 장벽이 있는 시설이다. 지역사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시설, 거주자들의 개별성이 무시되면서 획일성이 지배하고 있는 공간, 거주자들의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의 시설은 수용된 장애인이 벗어나야 할 공간이다. 반면 그 시설 자체가 장애인의 인권과 개성 그리고 욕구가 인정되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

 

정상화 이념이 요구하는 장애인의 주거는 집단적인 수용의 형태를 유지하더라도 지역사회와 소통이 가능하고 소규모이며 주거기능이 분리되고 전문화되어 있으며 지속적으로 주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애인의 주거시설은 지역사회와 거리상으로나 기능상으로 통합되어 있어야 한다. 장애인의 주거시설은 그 규모가 작아야 한다. 대규모시설은 거주자들을 비인간적으로 다루는 관리방식을 취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거주시설은 그 목적과 기능이 장애인의 거주에 국한 되어야 한다. 주거 이외의 교육, , 치료, 여가활동 등은 그 활동이 자연스럽게 행해질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장애인의 거주시설은 전문화되어야 하고 개별화되어야 한다. 다양한 연령층이 같이 생활하거나 각기 다른 장애를 지닌 사람들이 모여 산다거나 하는 것은 전문화에 위배되는 것이다.

 

 

장애인의 거주시설

원론적으로 판단할 때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거주시설은 없는 것이 이상적이다. 아무리 장애인을 위한 거주시설이 좋게 꾸며진다고 해도 가정집 만큼 좋을 수는 없다. 문제는 자신의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거주해야 한다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가족이 보호자의 역할을 이행할 수 없고 재택서비스가 지원된다고 해도 혼자서는 살아가기 어려운 처지의 장애인일 경우 가정의 기능을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 대리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이러한 경우에 가급젹 가정과 같은 환경에서 가정을 대리할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것이 장애인을 위한 거주시설 서비스의 목표로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장애인을 위한 거주서비스는 기존에 살고있던 가정에서 서비스가 제공되더라도 그 장애인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경우에 한해 제공되어야 한다. 따라서 장애인을 거주시설로 보내기 이전에 원래 살고 있던 가정에서 적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영국의 경우 장애인에 대한 돌봄서비스를 위한 욕구사정에 관한 지침은 돌봄서비스는 가능한 수준까지는 일반적인 생활을 유지하거나 회복할 수 있도록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순서는 1) 장애인이 살고 있는 집에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2) 가정보다 더 적합한 주거장소로 이동한다. 3) 다른 곳에 있는 가정집으로 이동한다. 4) 거주 보호시설로 이동한다. 5) 요양원으로 이동한다. 6) 장기입원 병동으로 보내 입원시킨다.

 

장애인 보호시설이 사회적으로 비판받는 이유는 시설에서 행해지는 방식이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을 침해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판단할 때 기존의 시설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 변화에서 확립해야 할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일상생활에서 기본적인 자유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자유롭게 이동할 자유가 있어야 하며 본인이 거주하는 공간에 시건장치가 설비되어야 하는데 내부에서 방문을 잠글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법이 보장할 수 있는 모든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둘째, 비록 자유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하더라도 스스로 자신의 신체에 상해를 입힐 위험이 있거나 타인에게 상해를 입힐 위험이 확인된다면 위험상황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본적인 자유를 제한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자유의 제한은 포괄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안되며 기본적인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조건과 상황에 대해 장애인과 시설 간에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 내용이 서비스 이용 약정서에 기재되어야 한다. 장애인 거주시설 서비스는 장애인이 원래 살던 가정을 우선시하는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불가피하게 가정을 떠나 거주시설을 이용할 경우에도 거주시설을 통해 장애인에게 제공되는 주거공간은 기급적 가정집과 유사한 환경이어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현행 제도상의 시설은 근본적으로 가정집과 유사한 주거공간이 아니다. 우리나라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주거시설 방 하나에 성인의 경우 8명까지 함께 생활할 수 있고 그 면적은 1인당 3.3평방미터를 넘어야 하는 수준이다. 일본의 경우 9.9평방미터 이상이고 영국의 경우 14평방미터 이상이다. 장애인의 주거공간이 가정집과 유사하기 위해서는 시설규모를 작게 만들어야 한다. 일본과 영국의 경우 신규로 장애인 거주시설을 만들 때 그 정원은 20인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거주시설을 이용해야 하는 장애인은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필요로 하는 도움의 내용과 정도는 개개인마다 다르다.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을 도우려 하거나 필요로 하는 도움을 주지 못한다면 인권침해나 방임 또는 책임회피가 될 수 있따. 이러한 문제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거주시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다양해야 하며 거주시설의 목적과 기능도 다양해야 한다. 거주시설이 개개인에게 제공하는 기간도 서비스의 목적에 따라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거주시설

우리나라의 장애인 거주시설은 2021년 기준 1,539곳이고 이용자 수는 29,086명이다. 1곳의 이용자 수는 평균 19명이다. 이 거주시설은 1) 장애유형별 거주시설 2)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3) 장애 영유아 거주시설 4) 단기 거주시설 5) 공동생헐 가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장애유형별 거주시설은 지체장애인 이용시설, 시각장애인 이용시설, 청각장애인 이용시설, 지적장애인 이용시설이다. 이 중 지적장애인 이용시설이 31711,347명으로 가장 많은 수의 장애인이 이용하고 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2020년 장애인의 자립생활 정책 수립을 위해 전국의 장애인 거주시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이조사는 거주시설의 환경, 거주자가 원하는 서비스의 내용, 그리고 거주자의 인권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조사대상은 거주시설 628, 거주자 2,498, 거주시설 종사자 3,000명이었다.

 

조사결과 전체 시설거주 장애인의 61%가 남성이었고 39%가 여성으로 나타났다. 30대가 24%, 40대가 22.5%를 차지해 그 비중이 높았다. 거주자의 입주기간은 19년이었고 현재 거주하고 있는 시설에서 거주한 기간은 14.8년으로 조사되었다. 거주자의 장애유형을 보면 발달장애인이 81.3%를 차지해 가장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시설거주 장애인 중 18.8%가 중복장애인이였는데 이 중 83.2%가 중증장애인으로 확인되었다.

 

전체 응답자 중 28%가 연고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거주 장애인의 33.5%가 자립해서 살기를 원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거주시설에서 나가고 싶지 않다는 장애인 중 그 이유로 시설에서 사는 것이 좋아서 69.5%, 나가서 살 수 있는 방법을 몰라서 21.0%, 경제적으로 지립 할 자신이 없어서 14.7%, 가족들이 시설에 계속 있기를 원해서 9.7%로 나타났다.

 

거주시설에서 나가서 살고 싶다는 응답자의 자립 희망시기는 잘 모르겠다 42.4%, 1년 이후 28.4%, 즉시 15.8%, 수개월 이내 11.9%였다.

 

시설에서 나가고 싶은 욕구는 있지만 그 시기가 언제여야 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설정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살고있는 거주시설에서 다가서 생활한다면 국가나 지방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주택에서 살고싶다는 응답이 53%를 차지했고 본인의 돈으로 구입하는 일반주택에서 살고싶다는 응답이 22.9%였다. 거주시설에서 나가서 함께 살고싶은 동거인은 가족 32.5%, 혼자 26.8%, 배우자 13.6% 순서이다.

거주시설에서 나와서 생활할 경우 필요한 도움으로 한가지만 제시한다면 돈이 34.7%로 가장 높았고 나를 도와줄 사람 26.3%, 내가 살 집 18.9%, 일자리 10.3% 순이다.

 

결국 시설거주 장애인은 거주시설에서 벗어나 자립하기를 원하는 비율이 3분의 1수준이고 막상 나간다면 어떻게 자립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대안은 없었고 경재적인 도움이 꼭 필요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탈시설 정책

현행 우리나라의 탈시설 정책은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수행되고 있다. 지난 정부가 추진하고자 했던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 (2018 ~ 2022)에는'복지건강 지원체계 개편'의 중점과제로 '탈시설 및 주거지원 강화'가 포함되어 있다. 그 세부과제는 1) 시설거주 장애인의 자립생활 지원체계 마련 2) 새로운 거주서비스 유형 개발 3) 재가장애인에 대한 주택지원 강화이다.

 

장애인의 자립생활 지원을 위해 장애인복지법을 개정하고 탈시설지원센터를 설치하고 탈시설 장애인에 대한 공공임대 주택을 제공하며 거주서비스 유형개발을 위해 주거급여 지원대상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2022년 기준 전국 27개 지방자치 단체가 장애인의 탈시설과 자립생활에 대한 지원을 법규로 정했고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장애인자립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장애인 거주시설 탈시설화계획' ( 2018 ~ 2022)에 의하면 기존의 장애인 거주시설의 기능을 지역사회 기반 주거서비스 시설로 변환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계획은 연간 300명의 탈시설을 지원하고 거주시설 2곳을 변환시킨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시설거주 장애인의 거주지 이전을 지원하고 지역사회에서 지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존의 주거시설을 변화시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계획에 의하면 2041년까지 계획을 마무리한다는 목표이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시범사업을 거친 후 2025년부터 연간 740명을 자립시킨다는 것이다. 거주시설을 거주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촉진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향후에는 중증장애인에 대한 전문적인 의료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전환시킨다는 계획이다. 시범사업은 공개모집을 통해 선정된 지방자치 단체에서 시행하도록 했다. 시범사업에 서는 탈시설 대상자 발굴, 자립경로 조성, 대상자 개별특성을 고려한 복합서비스를 지원한다. 이 시범사업에서는 자문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서비스 지원 모형을 개발하기 위해 장애계와 장애인부모 등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1) 주거공간, 2) 건강과 치료 3) 일자리돌봄 등 주간활동 4) 발달, 의사소통, 권익보호 등 4가지 분야별 현안을 중심으로 과제를 연구 검토하고 있다.

 

장애인 거주시설의 문제점

우리나라 장애인복지법이 정하고 있는 장애인 거주시설의 거주환경은 인간적인 거주환경에 못미친다. 성인기준 1인당 거실면적 3.3평방미터, 1실당 거주인원 8명인데 이 기준으로 보면 성인 8명이 8평의 공간에서 옷장, 이불장 그리고 필요한 물품을 놓고 살라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이 좁은 공간에서 생활지도원도 같이 생활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는 개개인의 자유로운 운신이 보장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에는 국민에게 보장하는 최저 주거기준이 있는데 1인당 침실 5.76평방미터, 2인 침실 10.8평방미터인 것을 감안할 때 장애인 거주시설의 규모는 대한민국 국민의 기준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거주하는 장애인은 대한민국의 국민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2010년 대한민국 정부에서 '장애인 거주시설 서비스 권장기준'을 발표했는데 장애인 거주시설의 침실과 거실을 합한 면적은 1인당 7평방미터 이상 확보되어야 하고 휠체어 사용자는 10평방미터 이상이어야 한다고 고시했다. 침실 바닥의 면적은 5평방미터 이상이어야 하고 침실에 화장실이 있을 경우 그 면적은 침실면적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그리고 거주시설에는 1인실과 2인실을 초;대한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렇지만 이규정은 단지 권장사항일 뿐이어서 아직도 8명이 한방에서 함께 생활하는 현실을 타파하려는 시도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거주시설은 그 규모도 크다. 한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환경에서 개개인의 개별성은 존중받기 어렵다.

 

거주시설에 들어갈 수 있는 장애인은 '국민기초생활수급자''무연고자'로 제한되어 있다. 자격을 제한한 결과 생활형편이 어려운 장애인과 가족이 없는 장애인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장애인 거주시설로 가야하는 운명이다. 그로 인해 장애인 거주시설은 가난하고 의지할 곳 없는 장애인을 무료로 보호하는 시설이 되었다. 거주시설에 한번 들어가면 환경과 대우가 어떠하던 좌절할 수 밖에 없어 평생동안 그곳에서 살아야 한다고 체념하게 되는 것이다.

 

거주시설 운영 개선방향

장애인 거주시설은 그 기능을 변경해 장애인 공동생활 가정이나 단기보호시설로 바꾸고 시설의 규모도 축소하는 갓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서비스의 질을 표준화하고 질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디.

 

우리나라에 있는 장애인 거주시설은 1) 장애유형별 거주시설 2)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3) 장애영유아 거주시설 4) 장애인 단기 보호시설 5) 장애인 공동생활 가정으로 구성되는데 이 시설들은 모두 거주가 중심이다. 거주에 더해서 장애인을 위한 주택임대, 가정입양, 위탁가정 보호 등도 정책의 범주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장애인 거주시설은 그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할 수 있다.

 

첫째, 단순한 거주가 목적인 경우이다.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 중 상당수는 단순히 거주민을 필요로 한다. '그룹홈'이 단수 거주 수요를 충족시키는 시설이다.

 

둘째, 거주와 요양이 목적인 경우이다. 장애인이 치료를 받으면서 거주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

 

셋째, 단시간의 휴식과 피난이 목적인 경우이다. 장애인을 돌보고 있는 가족은 일정기간 휴식이 필요하다. 또 어떤 장애인은 가정에서 생활하면서 학대받는 사례가 있다. 돌봄자의 휴식기간에 돌봄자를 대신해 장애인을 돌봐 줄 필요가 있고 장애인이 학대받고 있는 가정에서 벗어나야 할 경우 그 장애인을 지원하는 시설이 있어야 한다. 단기간의 보호와 피난처로서의 시설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거주시설은 대규모 시설을 줄이고 소규모 시설을 늘려나가야 한다. 현행 법규상 30인을 20인으로 조정해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4인 이하의 단순 거주목적 시설이 장애인 거주시설의 주류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애인 거주시설 정책의 예산지원과 관련 다음 사안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예산지급 산출방식의 변경이다. 서비스의 표준화를 통해 표준비용을 산출하고 그 표준에 따라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형시설이 유리하지 않도록 산정해랴 한다.

 

둘째, 지방정부, 서비스 이용자, 서비스 공급자 3자가 계악을 체결하고 이 계약을 통해서 서비스가 공급되고 비용이 지급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총액운영비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장애인거주시설은 필요로 하는 장애인이라면 누구나 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단 유료이용자에 대한 합리적인 비용 산출방식을 도출해야 한다.

 

시설이용 결정 과정에서 지방정부가 해야 할 역할을 공식화해야 한다. 장애인이 시설이용에 적합한 요건을 갖춘 경우 지방정부는 신청자의 옥구에 적정한 시설을 연결해 주는 책임을 이행하도록 하는 절차가 법에 명시되어야 할 것이다.

 

거주시설에서 이루어지는 서비스의 집행과 평가 내용이 표준화되어야 한다.

 

서비스 제공의 최저기준이 설정되어야 한다. 필수 제공 서비스, 서비스 목록, 시설 내 생활방식, 서비스에 대한 이의신청과 그 처리, 시설 공간과 환경의 조건, 조직구성의 요건, 시설관리와 운영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되어야 한다. 시설의 등록과 등록취소에 대한 체계가 시행되어야 한다.

 

시설 이용자의 권리 확보와 관련 두가지 사안이 검토될 수 있다. 첫째, 공식적인 이용계약 제도가 실시되어야 한다. 이용자와 서비스제공자 간의 계약을 바탕으로 서비스가 제공되고 계약 위반 시의 처분사항 등이 명시되어야 한다. 둘째, 이용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공식적인 문서가 작성되어야 한다.

 

탈시설 정책의 방향

우리나라의 장애인의 탈시설 정책에서 중앙정부가 시행하는 자립지원 시범사업은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시범사업의 의미와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각 지방정부 단위 탈시설 계획 수립이 우선되어야 한다. 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 환경 조성, 자립경로 조성, 지원의 요구 정도 등은 시행사업의 결과로 나타나게 되는 바 계획과 결과의 차이를 미리 가늠할 수 있으려면 계획의 수립이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둘째, 탈시설을 지원하는 전문인력의 양성과 적절한 배치가 중요하다. 이번에 실시되는 시범사업에서는 장애인 4명 당 전문인력 1명을 배치하도록 했는데 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에는 전문인력의 강도높은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자립을 원하는 장애인의 유형과 특성을 고려한 적정한 인력기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농어촌 지역의 전문인력 확보가 어려워 이에 대한 관리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장애인의 안정적인 자립을 위해 장애물 없는 유니버설 디자인의 주택과 다양한 주택 유형이 설계되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거주시설 확보를 위해 지역별로 매입 임대주택, 전세주택 지원 등 입주가능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탈시설 장애인에게 주택을 확보해 주지 못해 서비스 제공기관이 장애인에 대한 적절한 지원을 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 뒷받침도 마련되어야 한다.

 

넷째, 탈시설 장애인의 이주지원과 자립을 지원하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현재 각 지자체별로 시범사업의 예산을 지원하는 것 외에 지자체의 예산으로 개별서비스를 실시하고자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이 이외에도 적절한 서비스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 임대보증금 지원, 생필품 구입비 지원, 활동지원금 지급 등을 고려하고 있다.

 

다섯째, 탈시설과 자립과정에서 탈시설 이전에 생활하던 거주시설과의 협력과 연계가 필요하다. 각 지약별로 지역 내 유관기관과 보호자를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 장애인의 특성에 대한 홍보, 동료지원자의 정보 제공 등을 통해 지역의 유관기관과 협조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거주시설에서 자립대상자를 찾아내는 일, 탈시설 훈련을 실시하기 위한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여섯째, 탈시설 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한 광역자치단체 간의 전달체계가 갖추어져야 한다. 중앙장애인사회통합지원센터가 중앙정부 차원에서 장애인의 탈시설 사업을 총괄하고 있지만 광역자치단체 단위의 센터가 설립될 필요가 있다. 지방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형태로 사업수행 기관을 선정하고 운영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아직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이다.

 

탈시설은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이 지역사회로 나가는 것 만이 아니다. 그것은 장애인도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시민의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의미이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의식이 없어진다면 장애인의 탈시설은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탈시설 관련 입법과정이나 정책입안 과정에서 장애인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실현하는 일이다.

 

 

이 기획기사는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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