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개편 필요해

경제의 역동성 저해

황재화 기자 | 기사입력 2024/11/21 [12:41]

상속세 개편 필요해

경제의 역동성 저해

황재화 기자 | 입력 : 2024/11/21 [12:41]

 

대한상공회의소는 상속세 개편이 필요한 이유를 제시했다.

 

25년만에 상속세를 완화하는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가운데, 현행 상속세가 기업의 계속성과 경제의 역동성을 저해하는 부작용이 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는 18일 ‘상속세 개편이 필요한 5가지 이유’보고서를 발표하고 국회에 상속세제의 조속한 개선을 촉구했다. 보고서는 5가지 이유로 기업계속성 저해, 경제역동성 저해, 글로벌 스탠더드와 괴리, 이중과세 소지, 탈세유인 등을 제시했다.
정부는 올해 7월 상속세 최고세율 하향 50% 40%,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과세 20% 폐지 등을 담은 세법개정안을 발표하고, 9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보고서는 상속세 개편이 필요한 첫 번째 이유로 최대주주에 대한 과도한 상속세 60%로 기업승계시 경영권방어가 어려워져 기업의 계속성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지만 상속재산이 주식인 경우 ‘최대주주 20% 할증평가’가 적용되어 실제 상속세율은 60%에 달한다. 국내 기업인들의 재산은 경영권 확보를 위한 주식 비중이 가장 높아 상속세를 납부하려면 주식을 팔거나 담보대출을 받는 것이 불가피하다. 60% 상속세를 내기 위해 주식을 팔면 지분이 40%로 감소되어 외부세력의 경영권탈취 또는 기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상의는 과도한 상속세 부담 때문에 경영권 주식을 처분하게 되면 경영자의 보유지분이 줄어들게 되는데 우리나라 상법에는 경영권 방어제도가 없기 때문에 적대적 M&A나 투기세력의 위협에 그대로 노출되는 문제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최근 일본 사회의 기업승계 기피 현상과 정부의 대응정책을 예로 들며 기업승계에 대한 인식 전환을 주장했다. 우리나라와 경제발전 역사가 유사한 일본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장수기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20여년전부터 기업승계 기피 현상이 확산되면서 흑자기업임에도 후계자가 없어 매각 또는 폐업을 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경영자의 지분을  임원 또는 직원에게 승계 MBO하거나 제3자에게 양도 M&A하는 등 다양한 기업승계 방식을 마련하는 한편, 증여 상속세 감면, 보조금 지원, 사업승계 상담 및 매칭 지원 등을 통해 기업이 후계자를 찾지 못해 단절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있다.
상의는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상속세 부담이 크기 때문에 승계를 기피하는 사례가 곧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기업승계를 부의 대물림으로만 보는 부정적인 시각 대신 기술력과 일자리, 책임의 대물림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상속세 개편이 필요한 두 번째 이유로 과중한 상속세가 기업투자 약화, 주가부양 제약 등 경제 역동성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승계를 준비하는 경영인은 상속세 재원 마련 때문에 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위한 도전적인 투자에 나서기가 어렵고, 기업투자 약화는 일자리 상실 및 소비 위축을 초래하게 된다. 아울러 주가가 상승하면 기업승계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과중한 상속세는 승계를 앞둔 기업이 적극적인 주가부양책을 추진하는 것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현행 상속세가 25년 간의 자산가치 상승을 반영하지 못해 중산층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상속세는 극소수 고소득층에만 부과됐던 세금이었지만, 지난 10년간 급등한 부동산 등 가치를 반영하지 못함에 따라 현재 중산층까지 납부하는 세금이 됐다.
실제로 상속세 과세대상인 피상속인과 총결정세액은 2012년 6,201명 1.8조원에서 2022년 15,760명 19.3조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상속세 징수액이 급증함에 따라 14개 국세 세목 중에서 상속세 및 증여세 징수액은 2012년 8번째였으나, 2022년에는 4번째 세목으로 올라섰다. 상의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상속세 부담이 최근 우리나라 인재와 자본의 유출 증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1997년 45%, 2000년 50%로 계속 인상됐으며, 최대주주 할증과세시에는 최고세율이 60%에 달한다. 이와 달리 G7국가들은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최고세율을 인하해 왔다. 캐나다는 1972년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전환했고, 미국은 55%에서 35%까지 낮췄다가 2012년 40%로 고정했다. 상의는 OECD 38개국 중 상속세가 있는 나라는 24개국이고, 상속세가 없거나 자본이득세 등으로 전환한 나라는 14개국이며, 상속세 있는 국가의 평균 최고세율은 26%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상속세 개편이 필요한 네 번째 이유로 이중과세 문제를 지적했다. 현행 상속세는 피상속인의 생애소득에 대해 최대 49.5%의 소득세 지방세 포함를 차감하고 남은 재산에 대해 재차 과세한다는 점에서 이중과세 소지가 있기 때문에 많은 조세저항을 받고 있다.
또한 경제공동체인 배우자가 상속받은 재산에 대해 상속세를 납부했음에도 이후 배우자가 사망하면 동일한 재산에 대해 자녀에게 다시 상속세를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 문제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보고서는 상속세 개편이 필요한 다섯 번째 이유로 정상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속세가 절세를 넘어 탈세를 야기하고, 상속재원 마련을 위해 대주주 지분이 높은 계열회사에 대한 일감몰아주기를 하게 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상속세 부담을 합리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의는 기업승계에 대해 우리나라만 유독 엄격한 상속세가 적용되는 이유에 대해 오너경영 방식의 부정적 측면만 확대되고 긍정적 측면은 축소한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오너경영 방식은 산업대전환의 변곡점에 서 있는 우리 기업들에게 주인의식을 바탕으로 한 리더십을 통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만큼 오너경영에 대한 지나친 부정적 인식을 바꿔나갈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보호무역과 자국우선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글로벌 경제질서 속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하는 우리 기업들에게 세계 최고수준의 상속세 부담을 지우는 것은 지나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다”라면서 “주요국 세제를 참고해 과도한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여 기업 경쟁력을 지원하고 경제활력을 높여야 할 때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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